일주일에 한번, 새벽예배를 마치고 교회옆에 카페에서 커피한잔과 베이글 하나를 시키고는 들 뜬 마음으로 앉아있습니다. 이른 아침, 은퇴한 분들이 둘러앉아 노년을 즐기는 모습(주로 남성분들이에요)도 새롭고, 학생들, 직장인들이 쉴세없이 들락날락 하면서 느껴지는 생동감은 제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는 참 느끼기 쉽지 않는 모습입니다. 주로 제일에 집중하지만, 가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날, 따뜻한 커피와 베이글을 한입 베어물면, 이런 호사가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 조금은 잊혀진듯 멀어진 옛동료들이 생각나면서도 여전히 고생스러운(?!)삶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여전히 노숙을 하며 간절한 부르짖음으로 세상에 하소연하는 노동자들이 걱정되고, 길거리로 몰려나와 촛불을 드는 고국의 상황도 걱정되고, 어려운 살림에 교회건축하느라 막노동을 한다던 친구가 걱정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병들어 누워있어서 간호하느라, 병원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는 친구가 걱정되고, 갑작스럽게 친한 친구를 암으로 잃어버리고 망연해 있는 동생이 걱정되고, 멀리있는 자녀들 위해 새벽마다 기도하며 그 먼길 마다않고 걸어다니는 어머니가 걱정되고, 어떻게 해서든 교회를 다시 한번 일으켜 보겠노라고 마음조리며 기도하는 집사님의 마음도 걱정되고, 평생을 헌신한 교회가 문닫는 상황에 교회건물을 팔지 아니면 개발할지 고민하는 노년을 맞이한 어느 성도들의 마음이 걱정되고... 이런 가운데, 베이글 하나에 커피는 호사스럽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신명기 9장은 기적같이 정착한 이스라엘을 이야기합니다. 순종적이고, 모든것이 모범적이었을 거라고 생각되는 이스라엘은 오늘 본문만 보면, 하나님의 부르심이 기적인 민족이었습니다. 모세는 필사적으로 하나님이 이 고집세고 제멋대로인 이스라엘을 심판하시는 것을 막아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일을 모세의 간절함으로 가능성있게 이루어냈습니다. 어디 모세의 간절함 때문만 이었겠습니까? 결국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했을 겁니다. 지금은 우리들이 호사스럽게 이 은혜를 경험하지만, 모세는 치열하게 이 은혜를 성취하기 위해 헌신했음을 우리들이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너무 쉬우면 쉽게 잃어버립니다. 누군가의 노력과 헌신이 지금의 이 자리를 만들었음을 잊지 말아야합니다. 그래서 이 커피하나와 베이글에도 충분히 호사라는 말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있는 내 자리가 감사한것은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으로 가능한것이겠지요. 지금도 그 희생의 자리에서 계신분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기억하려고 노력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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